4년간 잠복해 있던 청와대의 민간사찰 의혹이 국무총리실내에 있는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장진수의 폭로로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습니다. 노무현, 한명숙, 이광재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시, 현정부의 개들이 노통의 관계인사들에게 가혹하리만치 먼지 털던 사실을 여러분도 기억하실 겁니다.
2008년 9월 노사모였던 김종익씨가 쥐코영상을 블러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민간사찰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깃털 정도만 구속 되었지 청와대, 검찰, 변호사 그리고 사법부가 한통속으로 뭉쳐 대통령의 탄핵을 막아 준 거대한 대국민 음모 공갈협박사건입니다.
2011년 12월 사법부는 사찰팀이 불법으로 취득한 증거로 김종익씨에게 벌금형을 판결했습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도 나오지만 불법으로 취득한 증거는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법부도 이 논란에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기관이 국민을 억압하는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의 몸빵 싸이코 이영호는 “내가 몸통이다”라고 큰소리로 대국민 공갈협박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죠.
여태껏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대한민국의 사법부, 검찰, 언론 등은 견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 당해야 될 사안에 대해 공조와 침묵을 지켜왔습니다. 정권말기가 되어서야 공중파 방송사 노조의 파업과 팟 캐스트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언론의 개혁이 없다면 권력의 주구역할은 반복될 뿐입니다.
현재 드러난 3천건에 가까운 민간사찰 증거만 보더라도 닉슨의 사임을 몰고 간 워터게이트 사건은 새발의 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탄핵을 관철 시키기 위해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필승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974년, 미국의 37대 대통령 리차드 닉슨이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탄핵에 이르게 되면서, 결국 사임의 빌미가 된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은 언론인의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작년 재 보궐 선거 당시 언론인 출신 엄기영의 불법 선거운동을 보면서 분노의 심정으로 영화 ‘대통령의 사람들 All the president’s men’ 글(참조: http://here-i-am.tistory.com/91)에서도 남겼으니 참조 하시길 바랍니다.
워싱턴 포스트에 근무하는 두 기자의 뛰어난 활약, 부하기자를 신뢰하는 편집부장, deep throat(내부고발자, 양심고발인)으로 일컬어지는 익명의 제보자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언론과 정치는 보다 더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미 영화 ‘음모자 The Conspirator’의 글(참조: http://here-i-am.tistory.com/131)에서도 밝혔지만 워싱턴 포스트의 초대 사회부장은 링컨 대통령 암살음모에 가담했다는 정치적 음모로 무고하게 교수형을 당한 메리 서랏을 변호했던 프레드릭 에이컨입니다. 그는 이 변론을 계기로 배심원 없이는 전시에도 재판을 강행할 수 없는 사례를 남긴 훌륭한 변호사였습니다. 이후 변호사에 회의를 느끼고 워싱턴 포스트의 초대 사회부장을 맡았기 때문에 언론이 제역할을 하는데 많은 이바지를 했습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대통령의 수족들이 닉슨의 연임을 위해, 워터게이트 호텔내에 반 베트남 전쟁 정책공약을 내세운 민주당 선거본부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하다 우연히 호텔경비에게 발각이 되어 경찰에 체포됩니다. 단순한 절도사건으로 흘려 버릴 수 있었던 이 사건이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로버트 레드포드)의 취재망에 걸리게 되고, 편집부장 제이슨 로바드(밴 브레들리)가 칼 번스타인(더스틴 호프만)을 합류시키면서 언론의 칼날은 백악관의 심장부로 향합니다.
특종은 제보도 중요하지만 편집부의 독립이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있어야 올바른 기사를 전달하고 잘못된 사회정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만일 편집부장 제이슨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회피했거나 김재철처럼 권력에 굴복했였다면 이 중대한 사건은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취재 초기에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밥과 칼이 의욕 하나만으로 기사를 내 보내려고 할 때, 편집부장 제이슨이 냉정한 판단력으로 확실한 증거수집을 지시 하지 않았다면 허위기사 정도로 묻혀 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편집부장 제이슨은 존슨 정부 시절, FBI 후버국장에 대한 기사로 공화당에서 기피 언론인이었고, 존슨 정부가 허위기사나 싣는 기자로 만들기 위해 후버를 연임시켰다는 사실을 명예훈장처럼 여기는 언론인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이 편집부장으로 있기 때문에 칼과 밥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언론인은 진실을 위해 많은 피와 땀을 흘려야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활약으로 미국 미디어의 정치 간섭이 더욱 더 강력해진 계기가 되었고, 미국의 부패한 정치가 줄어 들었으며, 언론의 표현자유도 그만큼 신장했던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현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여 진실을 왜곡한 허위사실로 국민을 현혹시켜 역사를 후퇴시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끄러웠습니다.
과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을까요?
데스크에 앉아 편하게 남의 기사나 베끼고, 선정적인 타이틀로 낚시 기사나 올리고, 힘있는 자가 좌지우지하고, 자신의 입맛대로 기사를 감추고, 다른 의도된 혹은 기획된 기사로 다른 사건을 묻어 버리고, 돈으로 기사를 주고 팔지는 않는지 분명히 언론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반성하지 않는 역사는 후퇴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우리도 양심 언론인들의 피와 땀으로 귀중한 민주주의를 쟁취한 역사적 사실이 있지만 현재까지도 편집권이 독립되지 못한 기성언론은 정치권력에 기생하며 언론의 자유와 순기능을 막는 악마의 역할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언론뿐만 아니라 사회가 온통 도가니의 축소판입니다.
거짓이 만연하고, 조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부끄럽다는 사실을 국민이 좀 알았으면 합니다. 이 모든 악의 근원에 언론도 자유로울 수 없지만 지역정서를 등에 업고 거짓말을 일삼는 자가 의원후보로 공천되고, 자기편이라는 이유로 당선 시켜주는 일이 있는한 민주주의는 절대 앞으로 전진하지 못할 겁니다.
독재국가나 왕정국가에서나 가능한 민간사찰이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신이시여 제발! 대한민국에 기생하는 악의 뿌리를 뽑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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