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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from New York

음모자 The Conspirator-곽노현 대 사법부와 검찰의 모순

 

만일 당신의 소중한 자식이 중대한 범죄 후, 자취를 감추고 당신이 공모자의 누명을 뒤집어 썼다면 사법부에게 모든 진실을 고백하고 살아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만일 사법부나 검찰이 정황증거로만 범죄사실을 판단하고 여론을 조작하면서 구속 기소하고 인격살인을 한다면 용서받을 수가 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여러분에게 추천해 주면서 우리가 살면서 쉽게 느끼는 상식에 대해서 논하고자 합니다. 어제 곽교육감의 구속기소에 이어서 오늘은 노회찬에게 1년형의 구형이 떨어졌습니다.

 

음모자 The Conspirator’ 1865414, 남북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남부연방군의 패배를 의식한 남부군 지지자들이 반전을 노리고 링컨 대통령을 저격한 암살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입니다. 남부연방 총사령관이 항복한 날, 워싱턴에서는 거대한 승전파티가 열리고 있었고 포드극장에서는 링컨 대통령이 연극을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연극배우 부스(John Wilkes Booth)가 링컨의 뒤에서 저격하면서 이 영화는 숨막히게 시작됩니다. 그리고 부스는 추격 중 사살당하고 공모자들은 체포 당합니다. 문제는 이 역사적 사실을 재판하면서 공모자중에 억울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예전에 김재규 재판을 떠올렸던것은 오버일까요?

 

모텔 주인인 메리 서랏의 체포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나라 검찰과 사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정황증거라는 것입니다. 범죄가담자들이 메리 서랏의 모텔에 드나들면서 그녀의 아들과 북부의 정책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그들을 재워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 당하면서 역사에 남을 죄인으로 기록될 뻔 했었다는 것이죠. 때로 정치나 사회는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서 희생양을 필요로 하기도하고 중대한 사건을 가급적 빨리 묻어버리려 합니다. 그런 바탕 위에 사실의 유무를 떠나 만들어진 이 사건의 최대 희생양이 메리 서랏이라는 모텔 여주인입니다. 하지만 기록 되는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있고 정의는 승리하게 되어 있는 것이 역사입니다. 상원의원 출신인 상사의 권유로 변론을 맡아서 끝까지 메리 서랏을 변호하며 정부와 사법부의 모순에 저항했던 이가 프레드릭 에이컨이라는 변호사입니다.

 

에이컨은 북군 대위로 전쟁에 참여한 영웅이었고 평소에 링컨을 존경했기 때문에 이 재판을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역사에 기록될 범죄자의 변호를 맡는다는 것은 썩 좋은 일은 아니겠죠. 가카 퇴임 후에 강금실 변이 그를 변호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역사에 불가능은 없습니다. 여론이 들끓겠죠? 그래서 에이컨도 언론에 기사화되고 소문만으로 널리 알려진 이 범죄사실을 그대로 믿고서 거절했지만 상사의 강권, 그리고 법은 만인앞에 평등하다는 회유때문에 대충 재판을 챙기려 했지만 계속 드러나는 진실로 인해 사회, 법의 정의에 갈등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이 처음 맡은 재판에 열정을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신의 자식을 범죄자로 만들려 할까요? 메리 서랏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부출신인 그녀와 아들 존이 링컨 저격공모자들과 함께 북군의 정책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저격음모 모의사실을 함께 했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정황상 증거는 충분하지만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있지도 않고 보지도 못한 사실을 말하고 자신만 살려는 부모는 없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당신이 현정부에 대해 친구들과 정부비판을 했다고 전복음모가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박통시절의 유신정부처럼 말입니다. 더군다나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황상 증거만으로는 극히 위험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에이컨은 정황상 판단은 증거효력이 없기 때문에 무죄를 주장했던 것이고 메리 또한 자식의 허물을 들추지 않아도 범인들이 머문 모텔 주인이라는 이유로 피의자로 몰렸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이 재판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겠죠.
하지만 현실은 메리 서랏에게는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남북전쟁 중이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배심원이 없는 재판을 받아야 하고 군사 법정 단 한번으로 끝나버리는, 피의자에게는 절대 불리한 재판이었습니다.

 

에이컨은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과 정부측 검사의 증거 조작에 대해 저항하기 시작합니다. 정부는 이 재판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지만 에이컨이 열성적으로 변호에 임하자 공모자를 기소한 검찰과 사법부는 반역자를 변호하는 그를 나무랍니다. 심지어 그는 여자친구에게 버림도 받고, 국민의 여론은 그를 남부군 지지자로 의심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강금실의 예를 든 것처럼 반역자를 변호하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겠죠. 하지만 에이컨은 인권을 중요시 했던 링컨 대통령을 예로 들면서 이건 정의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외칩니다. 그는 메리 서랏이 교수형에 처하게 되자 링컨이 임명한 대법원 판사에게 달려가서 설득하며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법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불의를 막으려는 것입니다.
다들 분노하는 것은 알겠지만 링컨 대통령은 판사님이 법을 존중할 줄 믿고 임명하셨을 것입니다. 헌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전시든 아니든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의 최후변론에서는

 

변호사와 군인에게는 동등한 의무가 있습니다.
무고한 자를 불의로부터 보호하고 약자를 압제로부터 보호하며 필요할 때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을 위해 나서는 것입니다.

위원회 여러분 이런 불의를 자행하는 것은 복수심에 신성한 권리를 침해하는 겁니다.
그것을 지키다 간 수많은 목숨을 생각하여주시길 바랍니다.”

 

남북전쟁의 발발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흑인을 위한 노예해방이었죠. 그만큼 링컨은 인권을 중요시 했던 인물이었고, 법을 전공하고 전쟁에 참여했던 에이컨도 사회정의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남달랐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메리 서랏은 대법원의 교수형 보류결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명령으로 교수형에 처합니다.

 

이 끔찍한 링컨 암살 사건을 가급적 빨리 묻어버리고 싶었던 것이 당시 미정부의 상황이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링컨의 유해를 실은 기차가 대륙횡단을 하고 당시 백만 명 이상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면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정부입장에서는 재판이 계속되면 국론분열로 이어지고 남북전쟁 이후의 정치대립이 계속 연장되는 것도 원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신속한 재판으로 공모자들을 교수형에 처하면서 미 정부측 검사는 전시 중에 법은 침묵한다로 대신하고 메리 서랏을 공모자들과 함께 교수형에 처합니다.

그로부터 16개월 후, 메리 서랏의 아들 존은 체포되고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수정된 헌법에 의해 남북출신으로 이루어진 배심원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무죄로 석방됩니다. 미 대법원은 메리 서랏이 죽은 일년 후 만장일치로 전시에도 배심원제도를 채택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헌법을 수정했던 덕을 아들이 본 것이죠.

또한 이 재판을 계기로 법조계를 떠난 프레드릭 에이컨은 새로 만들어진 언론사 워싱톤 포스트의 첫 사회부장이 되었습니다. 그가 사회정의를 찾고자 법조계를 포기하고 언론을 두드린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이 영화를 강추합니다. 좋아하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만든 영화이기도 하지만 작금에 벌어지는 검찰의 작태를 보시면 이해가 되시리라 판단됩니다. 조작언론과 담합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인격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모습을 보면 악마와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노무현, 한명숙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곽노현 교육감의 구속기소만 해도 그렇습니다.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정황상 증거만으로 그를 구속하여 교육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많은 사람의 꿈을 저버렸습니다. 사회적 비용의 막대한 출혈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법부까지 증거조작의 이유를 들어 구속영장을 집행하였습니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50년 전의 사건입니다만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고 많은 이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사명은 무엇이고 사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잘못된 기소와 판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적 비용뿐만 아니라 국론분열을 획책할 뿐입니다.

오늘도 삼성 엑스파일건에 대해서 검찰은 노회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심고발인이 버틸 환경은 없는 것인가요? 도대체 무엇이
상식적인 국가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정권을 위해서는 증거가 없는 자를 심증만 가지고 정황상 증거로 구속기소해 버리면서도 뚜렷한 증거가 있는 반대쪽의 사안에 대해서는 형편없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정의라는 애는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잘못된 법이 있다면 정의의 편에 서서 150년전에도 수정했습니다.

 

개혁은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깨어있고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사회정의에 반하는 행동을 함부로는 안 하는지,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쓰레기 같은 행동을 하는 건 아닌지,
약자는 보호해 주지도 않으면서 말로만 진보개혁을 외치는 건 아닌지,
객관적 시선을 저버리고 편파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왜?
우리가 꿈꾸는 상식적인 세상이 오지 않는 것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내부에 숨어있는 양심부터 일깨워 주시기 바랍니다.

 

건승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