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에서 3초 만에 충분히 사랑을 느낀다고들 합니다만
여러분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습니까?
운명적인 사랑을 미신처럼 믿는 여자와 운명적인 만남에 동화되어가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Serendipity’입니다. 이 영화는 어느 백화점에서 젊은 남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다가 서로 이끌리면서 운명적인 만남을 시험하기 위해 서로 몇 년의 세월을 운명적으로 기다리며 사랑을 완성해가는 스토리입니다.
어쨌든 둘의 첫 만남이 강렬해서 그런지 그들은 각자의 운명적이지 못한 결혼식(?)을 앞두고 위험한 베팅을 합니다. 그들은 지쳐서 포기하려 할 때, 격려해주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여자에게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뉴에이지 아이템을 팔아먹는 친구가 있고, 남자에게는 뉴욕타임즈에서 부고기사나 올리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들은 친구의 운명적인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서(운명을 믿는 친구에게 쇄뇌되었다고 할까요) 자기 일처럼 조언하고 노력을 하지만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을 위해서 사실 별 의미는 없습니다.
운명(destiny)은 억지설정이 들어가면 안 되겠죠.
조나탄(존 쿠삭)과 사라(케이트 베킨세일)는 첫 만남에서 각자의 운명을 시험하기 위해 책과 돈에 적어 놓았던 전화번호는 훗날 우여곡절 끝에 취득하게 되지만 운명의 여신은 그들을 스쳐갑니다. 결국은 운명의 여신이 그들의 바람대로 처음 데이트장소였던 스케이트장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해 줍니다.
이들도 각자의 피앙새와 헤어지는 아픔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위해서는 그것 또한 넘을 수 있는 벽입니다. 사랑은 질투를 동반하고 운명 또한 행복한 만남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은 때로 다른 이에게는 상처와 아픔을 줄 수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하다면 치고 박고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서로 만나면 운명이라고들 합니다. 만날 때는 아름다워도 헤어지면 국물도 없습니다. 울고 불고, 짜고, 그것도 모자라 저주하고 독설을 내뿜는 남녀는 당신의 주위에 많습니다. 사랑이 아름다운 두 글자로 남으려면 서로에게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야 합니다만 그렇지 못한 인간들이 많다는 겁니다. 서로 배신하고, 과장하고, 저주해야 직성이 풀린다면 당신은 사랑을 모르는 것입니다. 사랑의 깊이만큼 상처가 깊더라도 서로를 존경해야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겠죠.얼마나 산다고.
많은 영화들이 맨하튼을 배경으로 했지만 이 영화는 주로 미드타운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세렌디피티’라는 제과점이 실제로 미드타운 60가에 존재합니다.
존 쿠삭 과 케이트 베킨세일이 처음 만나던 백화점도 자그마치 역사가 150년이 되어가는 렉싱톤 애비뉴 60가에 위치한 블루밍데일 백화점입니다.
이 영화 동선의 기본 축이고, 운명적인 만남을 시험하려고 했던 호텔도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입니다. 경호상 완벽하다는 이유로 각국의 정상이 머무는 이 호텔이 영화 속에서 젊은 연인들이 만나는 장소로 설정했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그들은 각자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운명적인 시험을 치르려고 위험한 도박을 했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사실은 고급호텔 엘리베이터 시스템이 한쪽이 홀수 층이면 다른 쪽은 짝수 층임에도 운명을 위해 억지로 설정을 맞춘 듯 해서 뉴욕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뉴욕배경 영화가 때로는 불편하기도 합니다.
또 쿠삭의 친구가 장미를 들고 있던 장소는 ‘Home Alone’으로 유명한 플라자 백화점 앞입니다. 그 옆에 버그도프 굿맨이라는 최상류 백화점이 자리하고 있고 건너편에는 장난감 백화점으로 유명한 FAO Schwarz 백화점이 있고 스티브 잡스로 유명한 애플스토어가 그 옆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쿠삭이 편지를 읽으면서 걸어가던 곳도, 케이트와 피앙새가 마차를 타던 곳도 센츄럴 팍입니다. 더 중요한 건 둘이 스케이트 타던 곳도 센츄럴 팍 내에 있는 ‘울맨 링크’ 입니다.
지금 외롭다면, 지금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싶다면 한번 보시길 권유합니다.
늦가을 저녁 감상해 볼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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