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 질만 하면 언론에서 뱉어내는 성추행, 폭행이 지면을 장식하지만 이 사회는 딱히 문제점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성기를 거세하자는 조언에서부터 수많은 아이디어가 도출되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이 문제인지는 찾아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묻혀 버리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슈만 반복만 될 뿐이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보면서 다행인 것은 성추행, 폭행에 대해 선진국의 시스템을 많이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으로부터 소외된 자들 보다 가진 자들의 싸이코패쓰 적인 범행이 더 무서움에도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들이 나쁜 짓을 한다는 선입관을 심어 준 것이 아쉽기는 하다.
아동성폭행을 저지른 사람 오성철(이준혁)과 피해를 당한 사람 김형도(오성태)가 엮어가는 영화 ‘애니멀 타운’은 이들의 심리상태와 차가운 도시를 본능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랑이 흐르지 않는 도시,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무료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유는 없고 물질만 충족시키는 도시의 동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성철이 아동성폭행을 했을 거라는 짐작은 발목에 차여 있는 전자팔찌와 어린 아동을 자주 보여주므로 해서 알게 되고, 그를 우연히 본 형도가 성철이를 미행하고 자학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라는 것을 알려준다. 교회 집사이기도 한 형도는 하나님의 부름이라고 믿고 사랑으로 치유하고 싶지만 분노를 억제할 수가 없다. 사랑과 복수의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부르짖는 목사와 장로의 모습이 가증스러워 그들이 낚시터에서 잡아 온 고기를 하수구에 버리고 성철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성철은 자신의 전과 탓에 막 노동일을 하면서 언젠가 철거당할 아파트에서 살아간다. 전력만 공급될 뿐 난방도 안되고 수도공급도 안 된다. 추위에 떨면서 자야 되고, 먼 거리의 학교까지 가서 물을 가져와 몸을 씻는다. 특히 자신의 손은 더욱 더 깨끗이 씻으므로 해서 자신의 죄를 스스로 사하려고 한다. 여자와 섹스를 해도 과거의 고통으로 정상적이지 못하다. 사실 성철을 통해 죄진 자가 얼마나 무거운 고통을 받으며 사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성철은 사회의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너무 유약한 인간이다. 더 끔찍하게 보여주었다면 그를 증오하겠지만 그보다 더 나쁜 인간들이 많은 것이 현실 아닌가?
때가 되면 형사가 아파트에 찾아와서 발목에 차여있는 전자팔찌를 검사하며 그가 거주지에 잘 있는지 조사할 때도 그는 너무 착하게 그려져 있고,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전문의와 정신상담을 할 때도 너무 착하게 그려져 있다. 성충동 조절 약을 먹어서 그렇겠지만 죄를 받아 들이고 순응하고 살아가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성철이 밀린 임금을 받으려고 공사판에 전화하고 찾아가서 독촉도 해보지만 돈 줄 놈은 불경기 탓으로 미룬다. 원래 돈 받을 놈이 더 죄송할 뿐이다. 하지만 한번도 돈 줄 놈한테 화를 내지 못한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화 한번 정도 내지 않겠는가?
결국 성철이가 어렵게 얻은 직업은 택시 기사이다. 수입이 더 좋은 공사판을 왜 때려 치웠냐고 택시회사 고참은 한마디 툭 던진다. 번듯한 직장이라 생각했는지 누나에게 연락해서 만나지만 누나는 동생이 부끄러워 집으로는 연락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동생을 걱정해 주며 따뜻하게 입으라고 옷을 준다.
사실 범법자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사회에서 보듬어 주고 감싸줄 때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성철의 행복도 잠시, 이태원까지 가는 손님 여자는 길을 잘못 들어 섰다며 계속 시비를 건다. 이틀밖에 경력이 안 된다고 설명을 해도 욕지거리다. 성철을 열 받게 해서 결국은 얻어 터지고 공사판에 발가벗겨 버려진다. 착하게 살고 싶어도 위험한 도시는 가만 놔두질 않는다. 아니 고통을 받고 살아야 되는 것이 숙명일지도 모르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약한 자를 보호해 줄 때 사회는 사랑으로 가득함에도 자신보다 약한 놈은 가만 두지 않는다. 어쩌면 범법자 성철의 분노는 사랑이 없는 메마른 도시를 두들겨 팼는지도 모른다. 범법자에게도 인권은 있다. 그가 죽을 때까지 고통을 받고 살게 한다면 사회는 사랑보다 애증과 복수로 얼룩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교정이 왜 필요한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영화의 마지막은, 시작부터 주시했던 가난한 어린아이를 보고 성철은 다가 가지만 그 아이는 이미 술 주정뱅이가 깨트린 소주병의 파편에 피를 흘리면서도 마켓 주인으로부터 잔소리를 듣고 사회로부터 사랑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길바닥에 버려진 깡통과 병으로 더 어린 동생과 할머니를 공양하면서 사회를 원망한적 없음에도 메마를 도시로부터 버림받았다. 그 아이의 상처를 만질 때(성철이 다시 아동성폭행을 위해서였거나 아니거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성철을 계속 주시했던 피해자 형도가 택시에 올라타는 바람에 자연적으로 성충동을 억제를 하게 된다. 어쩌면 형도의 주목이 그의 범행을 미리 방지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형도는 주머니의 칼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지만 막상 성철을 죽이려고 할 때 자신의 손을 베어 버린다. 그리고 복수를 포기한다. 형도를 내려 준 후, 성철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 두었던 밧줄로 자살을 결심하지만 형도가 살려준다. 자신의 딸에게 상처를 준 놈은 메마른 도시에서 죽을 때까지 고통과 멸시를 받아가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 끔찍한 세상을 쉽게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이다라고 절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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