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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from New York

그때 그사람들-비도덕적인 정권이 남긴 유산들

 

 

 

1때 봉천동의 강감찬 장군 유적지로 가을소풍을 가서 학교에서 좀 특별한 아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 적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장기자랑게임에서 흥을 깰 수도 있는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아무 생각 없이 부른 이유도 있지만 또래아이들이 부르지 않던 노래를 꽤 심각하게 불러 어른들의 오해를 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큰형이 자주 불러 자연스럽게 접했던 이 노래가 철이 들고 나서야 당시 금지곡이었다는 사실과 누구한테 배웠냐는 미술선생님의 갑작스런 질문이 지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이후에 통학거리가 먼 이유로 가까운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더 이상 특별한 아이가 되지는 않았지만 저로 인해 운동권이었던 큰형과 미술선생님을 가까운 인연으로 만들었던 사실도 알았습니다.

 

1026일이 되면 박정희 대통령 유고라는 큰 활자체의 시커먼 조간신문의 기억과 그 해 소풍의 추억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박정희의 서거로 눈물을 흘리며 망연자실해 하던 어머니의 모습과 미소를 머금은 형의 상반된 모습은 당시 국민이 느꼈을 충격과 희망을 반영시킨 현대사의 비극이 아닐지요?  

 

지금은 이세상에 없는 어머니와 큰형이 그리워지는 시월, 단풍 든 낙엽은 지고 어김없이 계절은 바뀌어 세월은 흐르는데, 자연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인간은 주위에 너무 많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보고 반성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외로운 긴 밤을 주색잡기로 보내는 최고권력자, 그 권력자에게 꼬리나 흔들며 개처럼 살아가는 권력핵심부 인간들의 비극적인 시대상황을 희극적으로 그린 영화 그때 그 사람들 1026일 중앙정보부 궁정동 안가에서 벌어진 박정희 시해사건과 주변 권력자들의 이틀간 권력암투 이야기입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폭풍이 지난 후 부러진 나뭇가지가 떨어져 있듯, 각자의 주관적 입장에서 역사를 해석하기 때문에 돌아보면 떨어진 낙엽처럼 아이러니하고 아쉬운 부분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유신의 심장을 쏘는 심정으로 박정희를 죽였다는 김재규의 최후진술이 진실이든 아니든 시대와 국민을 거슬렀던 부정부패한 박정희 정권의 모습은 이미 몰락이 예견되고 있었습니다. 

 

권력을 도구로 전횡을 일삼고 몰락하는 정권유지를 위해 저항하는 국민쯤은 탱크로 깔아 죽여도 상관없다는 경호실장 차지철과 최고권력자의 비서실장이면서도 사실보고와 직언을 하지 못했던 김계원의 태도는 박정희가 사실관계를 인지하고 있을지라도 사지에 내몰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권력핵심부에 있던 김계원과 정승화의 우유부단하고 모호한 태도는 박정희가 심어놓은 군부의 전두환과 하나회 세력을 권력의 전면에 등장시키는 빌미를 제공하여 또 다른 비극적인 역사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죠.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광주민주화 항쟁을 촉발시키고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여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역사적 사실만 보더라도 정승화와 김계원의 우유부단한 리더쉽이 얼마나 위험한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정적이나 무고한 시민을 불법사찰, 연행하고 간첩으로 몰아세우는데 앞장섰던 중앙정보부(현재의 국정원)의 수장은 정권위기의 시대일수록 최고권력자의 심복이 맡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박정희는 최고의 심복이라는 김형욱에겐 배신을 당했고 김재규에겐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만 보더라도 인사정책을 잘 유지했다는 박정희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평가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죠.

 

장면정부에게서 탈취한 경제개발계획을 가지고 제대로된 과거사청산 없이 졸속한 외교협상으로 받은 일본정부의 자금으로 노동을 착취하고 인권을 탄압하여 경제개발에 매진한 박정희정권의 무리한 경제정책의 결과는 현재까지도 국민에게 조급증을 초래하고 사회근간을 허무는 도덕적가치의 실종, 독도와 정신대 문제 등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작용으로 후세에게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군을 전역하고 정치에 나섰던 박정희의 첫번째 대선에서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도 다음 대선에서는 정권연장 수단으로 영호남 갈등을 조장하는 지역감정으로 원수를 갚았던 현대사의 역사적 인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철학도 없고 아무생각 없는 박근혜가 대선주자 1위라는 사실은 진실을 덮고 이념장사로 정권을 유지하는 수구세력이 아직도 역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비도덕적인 자들이 비극적인 역사를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박정희와 박근혜를 옹호하는 세력은 아직도 잘못한 것은 있지만 잘한 것도 있다라는 논리로 역사적인 사실은 피해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논리는 히틀러도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논리라는 겁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간과하고 얼마전 발표된 안철수의 정치개혁안이 야권 지지세력을 양분하고 소모적인 갈등을 조장하면서 대선후보 단일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그의 정치개혁안이 옳고 그름을 떠나 쓰레기들이 설치는 정치판의 질서를 바로잡는 데에 이의는 없습니다만 천만 표의 세력을 가진 수구세력을 간과하고 야권지지세력만으로 개혁을 이루어낸다는 것은 현실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는 겁니다.

 

사회의 양극화는 과거사청산을 게을리 했던 이승만, 박정희의 시대로부터 이미 잉태되어 왔던 것이고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이 영웅시되는 건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같은 이 시대의 비극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건국이후 국가를 최대위기로 몰았던 과거의 IMF 사태의 원흉 새누리당의 책임보다는 메카시즘식 이념장사가 유효한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안철수가 간과하고 있는지 우려가 됩니다. 


우선은 야권단일화로 정권교체를 이루고 난 이후에 정치개혁을 해도 늦지 않을텐데, 당리당략에 이끌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혁을 백날 외쳐봤자 북풍 한방이면 모든 게 무너져 버리는 현실을 왜 느끼지 못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10여년전에 만들어진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벌거벗고 기타를 치는 성우의 모습이 바로 이 시대의 모습이고 오히려 이명박정부 들어서서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시대를 거스르는 아날로그 지도자를 선택하고, 경제만 살린다면 사기꾼이어도 괜찬다는 선택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는 내곡동 특검 진술을 위해 들어가는 이시형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그럼에도 아직 부동산으로 돈 벌겠다는 인간들과 본전 찾겠다는 인간들이 더 많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죠.

 

천만표의 흔들리지 않는 수구세력은 선거철마다 북풍과 마타도어를 동원해서 짭짤한 이익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소모적인 논쟁과 분열만 일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대선에 나선 지도자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지 못하고 이상적인 혁명적 상황만 꿈꾸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입니다. 

 

혁명적인 상황에서도 개혁을 성공하지 못했던 과거의 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의 교훈을 되돌아 보시고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서 역사를 그르치는 우유부단한 정치지도자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고: 13대 이후 대선 득표율.

 

 1위 노무현 12,014,277 16
 2
위 이명박 11,492,389 17
 3
위 이회창 11,443,297 16
 4
위 김대중 10,326,275 15
 5
위 김영삼   9,977,332 14
 6
위 이회창   9,935,718 15
 7
위 노태우   8,282,738 13
 8
위 김대중   8,041,284 14
 9
위 김영삼   6,337,581 13
10
위 정동영   6,174,68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