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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from New York

가을로-상실의 계절


 

 

, 관계 로비수사를 끝까지 파헤치려 하지만 상부의 정치적인 논리와 압력으로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여론은 급속히 악화가 되고 대검 중수부가 다시 수사를 맡게 됩니다. 끝까지 파헤치려던 담당검사는 억울하게도 여론마무리용 징계 휴가를 받는 와중에 10년 전 죽은 애인의 부친으로부터 피 묻은 여행수첩을 건네 받습니다.

 

참혹한 건물붕괴더미에서 며칠간 갇혀 지냈던 여자는 구사일생으로 구출이 되었지만 1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조그만 소음에도 고통스러워하고 항상 불을 켜고 잠을 듭니다. 인터뷰 보던 날도 도어 여닫는 소음에 인터뷰를 포기하고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김영삼정부시절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모티브로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이 사랑의 아픔, 상처, 상실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그린 영화 가을로의 이야기입니다.

 

초임검사 현우(유지태)는 밀린 업무 탓에 민주(김지수)와의 약속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 일이 끝나면 곧 가겠다고 먼저 백화점으로 보냈지만 건물의 붕괴로 민주가 죽으면서 자신이 죽였다는 자책감으로 지난 날을 잊기 위해 삶에 여유 없는 냉정한 검사로 변신합니다.

 

백화점 커피숍에서 일하던 세진(엄지원)이는 건물이 무너지면서 민주와 함께 건물더미에 갇히게 됩니다. 암흑 속 공포감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세진에게 민주의 여행 이야기는 마치 빗소리, 바람소리처럼 들려와 고통을 줄여주지만 건물더미에 하반신이 깔린 민주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습니다. 하지만 세진이는 사랑하는 이에게 전해달라던 민주의 수첩을 현우가 상처를 받을까봐 민주의 집으로 보냅니다.

 

고통을 지워버리고 싶을 때마다 민주의 여행동선을 찾았던 세진이와 오랜만에 휴가로 민주가 신혼여행을 꿈 꾸며 적어 두었던 여행수첩의 동선을 찾아가는 현우는 몇 차례의 우연한 만남을 가지게 되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상처를 끄집어내어 고통을 함께 나눕니다. 현우는 세진이와 민주가 생사의 기로에서 보낸 며칠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을 원망하지 않고 사랑했었다는 말을 들으며 각자의 상처를 치유합니다.

 

이 영화를 이야기 하는 것은 한국사회가 사고가 터지면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때뿐이고 변하지 않습니다. 23년 전에 건축비리와 안전공사를 무시해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많은 인명을 앗아 갔음에도 변하지 않습니다.

 

이틀 전, 경복궁 옆 현대미술관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도 안전공사를 무시하고 발생한 조급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설계에 따라 엄격한 현장감독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그렇지 못합니다.

 

물론 성과에만 급급한 이명박정부의 임기 내 완공원칙이라는 조급증 탓도 있겠지만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설계에 의한 세부공정에 따르지 않고 힘으로 밀어 부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후세를 위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이런 점이 우리나라 정치, 사회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무려 1990년대 중반에 벌어졌던 삼풍백화점의 건축비리공사, 정치검찰도 그대로입니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언젠가 망하게 되어 있는 것이 역사적 사실임에도 과거의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약자의 돈을 끌어 모아 도망간 놈이 큰소리 칩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자가 사회정의를 외칩니다. 김재철의 사생활을 욕하면서 자신의 사생활은 개인적인 일이니 묻으려고 합니다. 자신은 비윤리적이면서 현정부의 도덕성을 탓합니다. 법을 지키지 않는 자가 법을 지키라고 합니다. 안철수의 말대로 사회가 마치 도가니의 축소판 같습니다.

 

도대체 사회가 제정신이 아닙니다.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거스르지 않고 항상 그대로인데 인간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제 8월 중순입니다. 곧 가을이 오겠죠?

 

누군가 가을은 상실의 계절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떠나 보낸 사랑이 생각나는 계절이기도 하겠죠. 누군가 에게는 상처가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추억이 아픔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영화 엔딩에서, 민주가 여행탐방 촬영을 함께하던 자신의 동료에게 이런 말을 해 줍니다.

 

새로 포장한 길인가 봐요.

전에 있었던 길들의 추억이 다 이 밑에 있을 텐데...

사람들은 이제 그 추억을 안고 이 새 길을 달리겠지요?

좋은 길이 됐으면 좋겠다.”

 

상처가 치유되야 사랑도 다시 할 수 있겠죠.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사랑을 다시 한다면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김지수는 여자의 상처를 깊이 연기하는 훌륭한 배우이고 이윤기 감독이 만든 대부분의 영화에 목소리로 혹은 지나가는 씬으로 특별출연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어릴적 고모부에게 성폭행 당했던 한 여자의 아픔을 그린 이윤기감독의 영화 '여자 정혜'를 김지수와 함께 했고, 이후에 하정우 전도연과 영화 '멋진 하루'를 감독한 분이시죠. 딱히 그의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이(한효주, 배종옥, 박진희를 포함해서) 하나같이 과거에 커다란 상처를 가졌지만 극복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희망의 메시지가 보인다는 것이죠.

 

자신이 섭외한 배우를 매 작품마다 출연시키는 감독으로 유명한 이윤기의 작품(너무 질릴 정도로)을 따라가다 보면 김지수가 보이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여자의 상처, 사랑의 그늘 그리고 어렴풋이 보이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엔딩으로 남기는 내용입니다.

 

김지수가 한석규와 출연했던 변승욱 감독의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도 그렇습니다. 그녀가 출연했던 대부분의 영화들이 해피앤딩으로 끝나지는 않지만 희망적으로 끝나리라는 예측을 아련하게 전해 줍니다.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현우와 세진이 각자 고통을 떨치려 떠난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10여년전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은 운명적이고, 필연적인 만남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마치 단잠에서 깨어난 듯 일상으로 돌아가서 즐겁게 일에 몰두한다든지, 현우가 자신의 부하직원(박철민)에게 이름만 알고있는 세진의 거주지를 알고 싶다고 할 때의 모습은 여행을 떠나기 전, 냉정했던 그래서 여유로워 보이지 않은 검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또 그가 세진이 근무하는 커피숍으로 찾아가 다시 만날 때는 현실적으로 한국사회의 검사라는 직업자체가 별볼일 없는 스펙을 가진 세진이라는 여자와 러브라인이 형성되지 않는 냉정한 사회일수도 있겠지만 해피앤딩으로 읽고 싶은 것은 나만의 순수한 욕심 내지는 해석일까요? 

 

가을을 맞이하면서 긴 겨울이 오기 전에 사랑을 다시 추억하고 싶고, 느끼고 싶고, 읽고싶은 분이 있다면 한번쯤 다시 꺼내 보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