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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democracy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오랜 세월, 부귀영화를 누렸건만 깨어보니 꿈이더라, 과거에 아무리 잘 나갔어도 현실이 초라하거나 인생의 덧없음을 일장춘몽’으로 표현합니다.

 

상식적인 세상을 이야기할 때 자주 노무현을 언급합니다. 1995년 부산시장에 출마해 패배했던 그를 우리는 바보라고 했습니다. 패배하더라도 옳은 길이면 갔던 그는, 기득권의 심한 견제와 좌우를 막론한 저항과 비판으로 참여정부 내내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의 바보철학’이 침묵으로 일관하던 많은 국민을 참여정치로 깨어나게 만들었던 점입니다.  

 

지역감정의 청산을 위해 김영삼의 편한 길을 버리고 김대중을 선택한 그는 소신의 정치인이었고 반칙보다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지자들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정치로 들어 온 공통점을 가진 안철수와 문재인의 토론을 보면서 이 둘은 결코 노무현을 넘어서지 못하리라 느꼈습니다. 

 

상식적인 세상을 추구하던 또 다른 인물 안철수가 오늘 사퇴하면서 정치판에서 '착함'은 오래 견디지 못하리라 이미 판단했고 아마 문재인도 같은 고민을 했으리라 짐작합니다.

 

SNS 대통령으로 불리웠던 안철수가 지지와 비판세력으로 양분되는 현실정치로 들어서는 순간, 좋은 말하면 좋은 놈이고 거슬리면 죽일 놈이 되는 정치판의 현실을 몸소 체험 하면서 많은 갈등과 고민도 했을 겁니다. 그의 여유롭고 평화스럽던 얼굴표정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왜 이 사회가 그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지 깊게 생각 해 봤습니다.

 

정치인은 삶의 과정에 녹아 든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물론 과감한 추진력과 결단성이 가져야 되지 그저 착하면 안 되는 것이죠. 뻔뻔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정치판에 그는 어울리지 않았고,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바보착함은 다른 겁니다. 근데 어디로부터 이 문제가 시작이 되었을까요?

 

아마도 토론 중 언급했던 쪽지문제로 짐작해 보면 안철수와 캠프가 추구하던 가치관이 서로 다르지 않았나 짐작해 봅니다. 소신의 정치인, 일관성 있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볼 때 정치개혁을 흔드는 변절세력 혹은 이익추구집단을 혁신해야 함에도 청산대상과 손을 잡고 세력확장의 장애물인 이해찬을 제거대상으로 본 캠프의 실기가 가장 컸습니다. 첫째로 안철수 캠프의 청산대상과 협력대상의 혼돈이 안철수의 지지율 추락과 사퇴로 이어진 것이라 봅니다.

 

SNS의 발전은 사실을 빠르게 전달하는 장점도 있지만 의혹을 재생산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도덕적 가치가 실종된 사회에서 SNS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기능보다 강요하고 의심하는 이기주의적인 증상의 정도가 심해지게 마련입니다. 물론 능력보다 인맥이 중시되는 사회라서 개인주의보다 이기주의 습성이 월등하기 때문에 개혁을 진일보 시키는데 장애물이 되는 점도 사실입니다.   

 

SNS 이전부터 포털 게시판에서 득세하던 극성적인 지지자는 로 대변되는 안티를 양산하고 정치꾼의 의도대로 편파적인 지지세력을 만들었습니다. SNS가 발전하면서 정도는 더욱 더 심화되어 보다 더 세력화된 정치꾼들이 만들어져 사실이 있음에도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정치꾼들의 의도대로 숲보다 나무를 바라보는 인간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죠.

 

이를테면 조중동과 이명박을 탓하면서 같은 행태를 일삼는 정치판의 쓰레기들 말입니다. 이들의 특징은 결과를 정해 놓고 집중하는 것이죠. 먹이감만 나타나면 숨긴 발톱을 드러내고 사정없이 물어 뜯는 하이에나같은 존재들 말입니다. 진정으로 혁신되어야 할 세력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정치꾼들이며 이들이 척결되지 못하면 언론이 개혁되더라도 SNS가 발달하는 현재, 개혁의 완성은 더뎌지고 실패할 확률은 높아집니다. 

 

오죽하면 SNS를 두고 인생의 낭비라는 어록까지 탄생하고 있을까요.

 

아마 이 점은 문재인 캠프나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깊이 고민해 봐야 될 겁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개혁은 도덕적 가치를 지녀야 비로서 개혁의 한 걸음을 띄게 되는 것이죠. 착한 거짓말, 1급수타령으로 비윤리를 합리화 시키고 도덕적 가치가 배제된 사회라면 미래는 희망적이지 못합니다.

 

일주일간 이어져 온 안철수에 대한 폭풍같은 비판은 그의 사퇴로 일단락이 되었지만 보다 강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한마디의 비판도 가슴에 새겨야 되겠죠. 하지만 앞으로 백의종군을 하더라도 그를 선문답의 정치인으로 만든 세력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대의보다 대세, 소신보다 변절을 취하는 정치인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입니다. 사람은 못되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죠. 이들을 가까이 두면 상식적인 세상은 열리지 않습니다. 

 

안철수를 비판적 지지했던 저로서 그의 사퇴에 대해 착잡함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 그의 여유롭고 평화스럽던 얼굴표정이 미래에 보다 더 밝아졌으면 합니다. 


부디 그의 결단이 정권교체의 초석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