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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democracy

다카키 마사오 그리고 박근혜

 


중앙정보부 궁정동 안가로 여자 연예인들을 불러 술 자리를 벌인 박정희는 부마사태 시위정국의 확산을 걱정하지만 경호실장 차지철은 아주 끔직한 발언을 합니다.

 

걱정 마십쇼. 캄보디아에서는 백만 명이나 죽였어요. 우리도 한 만명, 딱 만명만 탱크로 그냥 깔아버리면 까지 것 충분합니다. 쥐 죽은 듯이 엎어져 자빠져 있을 것들이 말이야 그냥!”

 

이 말에 격분한 김재규는 발터PPK 32구경으로 차지철과 박정희를 쏴버립니다. 재차 격발이 되질 않는 사이 정전이 발생, 차지철은 화장실로, 비서실장 김계원은 테이블 밑으로 숨습니다. 박정희가 가장 믿는 심복임에도 대통령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밖에서 박선호의 총을 건네 받은 김재규가 다시 들어 와 차지철을 쏜 후 박정희를 부축하고 있던 가수 심수봉과 모델 신재순을 내 보냅니다.

 

그리고 김재규는 박정희를 일으켜 앉혀 총구를 관자놀이에 대고 외칩니다.

 

다카키 마사오!”

 

 

1979 1026, 516 쿠데타로부터 장장 18년간 독재정권을 유지했던 박정희의 최후를 그린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내용이지만 당시의 실제 수사기록과 다르지 않습니다.

 

김재규의 거사가 우발적인지, 계획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의 선택이 유신독재 장기집권의 몰락과 민주화를 불러 왔고, 실행하지 않았다면 박정희세력이 2인자를 내세워 영구집권을 꾀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물론 박정희가 키운 군부의 아이돌 하나회 전두환과 노태우도 있지만 독재정권의 숨통을 끊어 놓은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비록 과거이지만 역사는 때로 승리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기 때문에 사실이 왜곡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과거사 청산과 제도의 개혁이 중요한 것이죠.

 

 

다카키 마사오

 

일제강점기 시절 육사출신으로 만주 일본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많은 독립군을 토벌, 학살하고 해방 후에는 이승만 정권의 장교로 변신, 공산주의 사상에 심취하여 남로당의 핵심인물로 군에 체포 당하지만 남로당 조직 및 당원 정보를 제공한 댓가로 목숨은 부지한 채 전역 당합니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군에 복귀, 훗날 516쿠데타로 장기집권했던 박정희의 창씨개명 이름이 다카키 마사오 입니다. 이외에 오카모토 미노라 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경제부흥을 핑계로 제대로 된 친일 청산 없이 굴욕적인 한일외교협정을 맺은 결과 아직도 독도, 정신대 문제로 한일간 외교분쟁의 씨앗을 남긴 인물입니다.

 

아마도 박정희처럼 운 좋은 지도자도 없을 겁니다. 남노당 간부로 군에 의해 목숨을 잃을뻔 했지만 쿠데타 성공으로 최고지도자까지, 미소 냉전시대 소련과 라이벌 관계였던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한 경제계획개발수립지원과 자금지원, 월남전 참전으로 파병된 젊은이들의 피로 벌어들인 달러로 한강의 기적을 일군 경제부흥의 대통령으로 불려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과거사청산 미해결, 재벌 양산, 불법정치자금 조성, 동서 지역감정 유발, 정적을 암살 혹은 기도, 많은 지식인과 학생들을 고문, 투옥, 사형집행 등 사회를 분열시키고 인권을 억누르고 사람보다 돈이 먼저라는 물질만능주의 사상과 조급증은 박정희가 남겨 놓은 대표적인 유산입니다.

 

여기까지 조중동으로 불려지는 주류언론이 수구세력의 기득권보호와 박근혜의 당선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거나 숨기기 위해 기사화하기 꺼려하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어제 대선후보들의 첫 번째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정희의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발언은 박정희의 실체를 몰랐던 국민에겐 꽤 충격일 수도 있지만 남북분단을 핑계로 이념을 팔아 정권을 유지, 과정보다 결론을 중시하는 일등주의에 만연된 교육제도, 여론을 조작해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믿게 만드는 왜곡질이 국민을 쇄뇌해 왔기 때문에 여태껏 보이는 것만 보려 했던 것이죠.

 

대선에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는 중대한 토론에서 개혁안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핵심보다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는 박근혜의 무식하고 답답한 발언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박근혜가 여론조사 1위를 유지하는 현실은 흔들리지 않는 수구세력 37.5~40%가 그녀의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이런 세력이 지난 총선, 민주당 대선주자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을 두고 정치 신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다 현재는 말을 바꾸어 구태정치인으로 몰아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우리의 슬픈 현실입니다.

 

토론을 지켜 보는 내내 411 총선으로 불거졌던 통진의 관악을 부정경선이 진보의 분열과 유시민, 이정희의 몰락을 가져왔던 점은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현실이고 1950년대의 메카시즘이 통하는 후진적인 정치상황에서 진실보다 왜곡된 여론을 믿는 국민을 금방 깨우칠 수는 없는 것이죠.

 

미국에서도 보수를 지향하는 일부 공화당원들은 민주당을 두고 좌파 혹은 공산주의자로 비난, 조롱합니다만 우리나라처럼 절반의 국민이 나뉘어져 진실이 무엇인지 찾으려 노력도 하지 않고 끊임 없는 이념대립으로 소모적인 논쟁이나 일삼으며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진 않습니다. 적어도 미국의 힘은 도덕적 가치를 내세운 청교도 정신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어쩔 수 없는 분단국가의 비극적인 현실, 언론이 장악당해 왜곡된 여론으로 이념을 내세워 반대세력을 종북으로 몰아 숨통을 끊어 놓는 냉정한 정치 현실 속에서 진보세력은 더욱 더 도덕적 가치를 내세워 끊임 없이 국민과 소통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됩니다. 


이번 대선에서 방관하지 마시고 꼭 투표해 정권교체를 이루어 내시길 바랍니다. 

 

 

PS: 삽입곡은 심수봉 역으로 출연한 자우림 김윤아가 박정희를 위해 부르는 '키타노야도카라' 입니다. 오해 없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