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불편한 영화다.
이 영화를 같이 볼 애인이 있다면 꽤 속이 깊거나, 영화를 깊게 이해하는 애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불편하고 답답한 영화를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함은 각박한 세상과 사회의 썩은 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타이틀에서 보듯 후기를 남기는 것 조차 불편하지만 꼭 남겨야겠다고 생각 든 것은 두 가지 이유이다. 첫째는 이상우 감독이 김기덕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란 점 이었고, 두 번째는 외국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아들 역으로 출연했다. 영화의 스틸컷은 선정적이지 않지만 스토리 자체가 선정적일 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상우라는 놈은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세상을 희망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HIV보균자로 하반신 마비 신체 장애자인 엄마와 함께 살아간다. 먹고 살아가는 문제로 매춘 홍보를 위해 이 세상에서 제일 싼 년 이라는 벽보를 부치러 다니는 핌프짓을 하고, 엄마는 미친 놈들한테 몸을 대주는 창녀다. 그녀의 나이가 60이 넘었음에도. 그리고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행복해 한다. 핌프짓을 하는 아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세상이라고 자위한다.
근처에 살고 있는 그의 아버지는 남매를 둔 여자와 재혼을 해서 식당을 운영하며 넉넉하게 살지만, 그의 처는 재혼한 남자만 생각할 뿐 남매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의 의붓딸은 아버지를 버린 엄마와 그를 증오하고 의붓아들은 그의 성 노리개 감이다. 전 남편이 죽기만을 바라며 교회에서 통성기도를 하고, 청부살인이 성공했음을 알리는 전화 한 통에 하나님의 계시로 죽었다면서 주님의 은총이라고 눈물을 흘린다. 돈을 주고 전 남편을 죽여 놓고 신에게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악마 같은 존재이자 미친 여자다. 그녀가 방언을 하며 통성기도를 하는 장면은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한다.
핌프짓을 하는 아들은 창녀인 엄마에게 삼겹살을 먹여주면서 행복하냐고 반문하고,
전 남편을 청부살인으로 죽인 여자는 새 남자에게 삼겹살을 먹여 주면서 행복하냐고 반문한다.
창녀인 엄마는 삼겹살을 먹으면서 행복하다고 하고,
창녀의 엄마 전 남편은 삼겹살을 먹으면서 행복하다고 한다.
웃기지 아니한가?
뭐 하나 즐거운 스토리는 없다. 등장하는 인물은 이 세상에서 소외를 받았거나 받았다고 생각하는 군상들이다.
이복오빠에게 피 한 방울 안 섞였으니 섹스를 하자고 들이대는 년이나,
상우가 좋다고 따라 다니면서 한번 섹스 하자고 유혹하는 게이나,
누나가 주는 밥만 먹고 세상의 문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남동생이나,
술김에 하반신 장애를 가진 늙은 여자에게서 발기를 느끼는 놈들이나,
상우 집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전도하는 놈도 미쳐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어디 하나 제정신인 인간들이 없다.
누가 누굴 용서하고 가르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성적 호기심에 장애인 여성을 아무렇지 않게 강간하고,
돌로 내리쳐 기절을 시키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상우를 게이가 강간하는 장면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분명 정상적인 사고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조국은 마음의 고향이고, 어머니 같은 존재가 아닐까?
우리사회가 간과하는 것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장사해 먹는 놈이나, 뉴타운 건설로 서민들을 유혹하여 국회의원 해먹는 놈이나 속을 줄 알면서도 기만하는 놈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사랑과 관용을 외치는 기독교인들 혹은 종교인들이 바벨탑같이 교회성전을 신축하는데 바쁠 뿐이지 세상의 약자들을 돌보지 않는 양심은 소돔과 고모라 같은 세상이 아닌가. 거짓을 해도 아무렇지 않은 세상, 수 많은 사건으로 과거의 사건은 잊혀져 가는 세상과 무엇이 다른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이상우 감독의 제작의도가 한 가정의 파멸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현재 이 세상, 이 사회의 썩어가는 무언가에 향한 절규였을 것이다. 세상은 이미 우리가 치유할 수 없을 만큼 썩어가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P.S:
감상 평을 남긴 후 충격을 받았다. 왜 언론사와 기자들이 선정적인 타이틀로 포털을 도배하는지는 알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내 글이 선정적이지 못함에도 하루에 클릭 천번 이상을 쉽게 넘긴다니 부끄럽다.
이 영화를 보시면서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정상적인지,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곳인지 한번쯤은 되새겨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썩은 곳이 있다면 당신이 바로 세워주기 바란다.
이 영화를 만든 이 상우 감독도 아마 같은 생각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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