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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from New York

컨빅션 Conviction, Betty Anne Waters, 신념-사회정의가 올바로 작동할 때


영화 ‘Dead man walking’을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사형에 반대하는 이유는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심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을뿐더러 잘못된 증거로 무고한 시민이 피의자로 둔갑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독재국가일수록 억울한 피해자는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고, 열명의 범인을 놓쳐도 단 한 명의 무고한 시민이 생겨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화 ‘Betty Anne Waters(혹은 컨빅션, Conviction 신념)을 여러분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이 세상에 인간을 법으로 심판할 때, 적어도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된다는 점과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법과 정의, 가족애 그리고 인간관계의 중요성 등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이 사건은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에이어 경찰서(Ayer Police Dept.)의 서장과 부하경찰이 허위증거와 위증교사로 Kenny Waters라는 무고한 시민을 살인범으로 몰아세워 18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만들고, 그런 오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법과대학을 졸업 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재심으로 오빠의 무죄판결을 받아내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1980년 미국 메사추세츠의 에이어 라는 시골마을에서 한 여자가 30군데 이상 칼로 난자 당하는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케니(샘 록웰)가 지목됩니다. 어려서부터 불우하게 자라 다소 폭력적이지만 친구들이나 이웃들과의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여자 경찰관 낸시 테일러(멜리사 레오)에 의해 체포를 당합니다. 하지만 케니는 증거가 불충분하여 풀려나게 되고, 살인범일 것이라 확신에 찬 여자경찰관은 2년 후에 새로 나온 증거를 근거로 다시 체포, 교도소에 종신형으로 보냅니다.

 

참고적으로 미국은 살인범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나무를 베다가 케니의 얼굴에 긁혀진 상처(scratch)가 이 여자경찰관에게는 케니가 살인범일 것이라는 확신에 차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기소실패 후 케니의 전부인, 애인들을 공갈 협박하여 허위자백을 받아 위증 교사하였다는 점입니다.

 

철학자 폴 크루츠의 정의에 의하면 인간의 믿음에는 3가지 유형이 있다는데, 이 여자경찰관은 타협을 모르는 유형의 인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3가지 유형 중에서 가장 우리가 신뢰해야 될 유형은, 증거(사실)를 바탕으로 한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이 점은 마타도어가 횡행하는 정치판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경찰관은 살인범이라는 확신에 매몰되어 편파적인 시선으로 한 인간의 삶을 나락에 빠트려 버립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어려서부터 남다르게 우애를 지니고 자란 케니와 여동생 베티(힐러리 스웽크)는 남들처럼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해 대학도 진학하지 못 했지만, 오빠의 무죄를 확신하는 그녀는 법대진학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문제는 가정에 소홀한 아내와 엄마를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남편과 아이들은 현실을 받아 들이라고 짜증을 내지만 오빠를 위해 그녀는 포기를 하지 않고 이혼을 선택합니다.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그녀는 두 아들에게 물어봅니다. "너희 형제 중 억울한 일을 당했을 경우 엄마같이 신념 하나로 평생 할 수 있겠느냐" 라고요.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자신을 버리고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할 수 있을까요?

 

법대에서 모의법정 토론 중, DNA 재심사로 무죄판결을 받아낸 사례를 접한 베티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억울한 피해자를 도와주는 저명한 시민사회 운동가이자 유대인 변호사인 베리 쉐크(피터 갤러허)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그로부터 재판에 제출되었던 증거를 우선 확보해야 된다는 조언을 듣습니다하지만 관계기관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사건파일을 패기처분 한다는 사실에 실의에 빠집니다만 그녀의 열성적인 집념에 감탄한 관계자의 도움으로 아직 폐기되지 않은 증거파일을 찾아내고 결국 케니의 DNA와 재판에 제출된 증거가 다르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선거기간 중인 검찰총장은 자신의 당락에 피해를 끼칠까 봐 베티와 베리에게 협조를 해주지도 않고 케니가 직접적 살인은 하지 않았더라도 공범으로 몰아가겠다는 언질을 줍니다. 곧 무죄 석방될 줄 알았던 케니와 베티는 실의에 빠집니다.

 

실의에 빠져있다거나 외로울 때 누가 곁을 지켜줍니까?

 

첫째는 가족일 테고 둘째는 소중한 친구겠지요? 마찬가지로 베티는 대학생활 중 소중한 친구 아브라 라이스(미니 드라이버)를 만나면서 많은 도움과 조언을 받고 그녀 또한 종신형으로 좌절에 빠진 오빠에게는 희망을 줍니다. 잘못된 공권력으로 자신의 삶을 망친 케니는 경찰과 사법부를 믿지 못하고 DNA 검사를 거부합니다.  

DNA 검사를 거부하는 오빠에게 베티는 묻습니다.

"
나는 너의 무죄를 위해 법대를 진학해 힘든 변호사 공부를 하는데 너는 쉽게 포기하고 자살할 생각만 하면 되겠느냐? 만일 DNA검사를 포기한다면 내가 너를 죽이겠다" 라고요.

 

케니가 실형을 선고 받을 때 중요한 증인역할을 했던 애인과 전 부인을 찾아가 설득을 하고 진실을 듣게 되면서 그들은 경악합니다. 에이어 경찰서장과 낸시 테일러 경찰관이 케니를 살인범으로 확신한 나머지(혹은 몰아세우기 위해) 두 증인들에게 공갈 협박하여 위증을 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 재심에서 무죄로 풀려납니다.

 

케니의 재심판결에 언론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베티를 도와주던 베리 쉐크 변호사가 검찰총장에게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의 언론기관에 이 사실을 먼저 알리겠다는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검찰총장은 굴복하게 됩니다. 이후 2009년 베티 앤 워터스는 에이어 경찰서와 낸시 테일러를 상대로 소송하여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냈고 그 재판은 미국언론에 대서특필 되었던 사건입니다.
 


 

사회고발을 다룬 시사성 짙은 영화를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사법부, 검찰, 언론기관의 균형 잡힌 올바른 기능이 없다면 사회정의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기 위해서는 공수처 설립도 중요하고, 양심고발인법도 더욱 더 강화되어야 된다는 점과 약자를 위해 일하는 시민운동가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베티도 오빠의 무죄판결 이후, 로펌의 좋은 자리도 마다하고 자신이 대학 때부터 일하던 바의 부책임자로 돌아가서 약자를 위한 사회운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관계로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요즘 사법부에 대한 석궁테러로 유명한 전 성균관대 김명호 교수의 재판기록을 영화화한 부러진 화살이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답니다. 시사성을 띈 이런 영화는 사실을 바탕으로 했을 뿐이지 관객에게 흥미를 주기 위해서 당연히 허구가 들어가기 때문에 100% 사실처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식인들은 허구니 사실이니 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으로 일관 하지는 않는지 깊이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나 우리에게 숲을 보라면서 자신들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봅니다.

 

고 김근태 선생의 타계로 다시 유명해진 이근안의 경우처럼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받아 일가친척은 물론 지인들까지도 피해자로 만들었던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증거주의를 철저히 채택하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거짓증거와 거짓증언으로 피해자를 양산하는 단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커다란 공권력을 쥔 우리나라의 검찰, 사법부가 피의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행태, 일관된 진술임에도 정황증거만으로 기소하여 구속시키는 행태는 비판 받아야 마땅합니다.

 

이처럼 정치검찰의 잘못된 기소로 무죄판결내지 벌금형을 받았던 한명숙, 곽노현 교육감, 정연주 KBS 전 사장 등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실체가 증명되지 않은 정황증거로 무고한 피해자를 만드는 일은 막대한 사회비용의 지출은 제쳐두고라도 법의 질서와 사회정의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념을 떠나서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또한 이런 사실로 사회정의를 부르짖고 비판하면서도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합리화시키기 위해 허위사실로 인격 살인하는 집단이나 인간들은 당신의 주의를 둘러봐도 많습니다. 저는 며칠 전에도 수많은 거짓말로 인격을 살인했던 인간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모습을 보고 절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중동, 사법부, 검찰을 탓하기 전에 당신부터 뒤돌아 보시기 바랍니다.

 

노트: 힐러리 스웽크, 샘 록웰은 말할 것도 없고 케니의 애인으로 잠시 출연했던 줄리엣 루이스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입니다. 꼭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