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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from New York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배신과 음모



 


미 소진영이 대립하던 80년대 중반, 냉전시대까지만 해도 스파이는 상대방 진영의 고급정보를 빼내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념으로 치닫던 냉전시대를 뒤로하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스파이는 진화되어 현재도 자동차, 항공기, IT산업 등의 고급정보를 빼내기 위해 꾸준히 암약하고 있고 비밀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것도 정보부내의 고위간부가 스파이라면 국가의 존립기반마저 위태로워질 수도 있고, 수면위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내부의 요원끼리 서로를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정보부를 분열시키기도 합니다. 이중간첩은 인류의 기원 혹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함께 해왔을 만큼 적은 비용으로 상대방을 쉽게 전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숀 코널리가 출연했던 러시아 하우스도 영국정보부 내부의 두더지 때문에 비밀이 새어나가고 작전을 재대로 수행하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스파이 영화가 그렇듯 정보부내에는 정보요원이 있게 마련이고 또 그들 밑에 암암리에 정보를 공유하는 이중간첩이라든지, 정보원은 있게 마련이어서 언제든지 목숨을 버릴 위험은 항상 도사립니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Tinker Tailor Soldier Spy’는 영국비밀정보부내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이중간첩 사건을 소재로 만든 소설(존 르카레 저) 1979년에 BBC에서 알렉 기네스 주연으로 7개의 시리즈로 이미 만들어졌던 드라마를 압축하여 영화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알렉 기네스는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닥터 지바고의 후손 장군으로,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에서는 가드보일 교수 역 등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훌륭한 배우이며, 여왕에게서 기사작위까지 받았던, 지금은 작고한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한 배우입니다. 이왕이면 영화를 보시기전에 드라마를 먼저 접해보시던가 한가할 때 알렉 기네스의 영화세계를 찾아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알렉 기네스가 드라마에서 맡았던 조지 역을 영화에서는 게리 올드만이 맡았습니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이미 접해봤던 분들은 이해가 더 쉬우리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짐과 빌이 옥스퍼드대학 동창이고 절친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이상한 관계로 생각할 수도 있고 리키의 배경도 쉽게 이해하지 못할 듯 하지만 나름대로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보면서 다른 세계를 경험하리라 생각합니다. 실제 정보부내 스파이 색출사건을 영화로 만들어서 스릴은 떨어집니다만 색출책임자 조지와 함께 내부의 적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7개의 드라마를 압축시킨 탓에 흥미진진합니다. 이 영화로 게리 올드만 역시 올해 오스카 남우 주연으로 노미니 되어 있기도 합니다.

 

영화는 짐(Mark Strong)이 서커스(영국비밀정보부 이하 서커스) 수장 컨추럴(John Hurt)의 집을 들어서면서 시작합니다. 그들의 의심 많은 눈초리와 어두컴컴한 배경은 이 영화가 사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헝가리 장군의 귀순정보를 접한 컨추럴은 아무도 모르게 짐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부다페스트로 보내면서 도움을 주라는 지시를 합니다. 하지만 내부에 있는 두더지(서커스에서는 이중간첩을 Moles이라고 표현, 이하 두더지)로부터 정보를 수집한 러시아 정보국 KGB는 헝가리 정보국과 함께 함정을 파놓고 짐을 체포합니다.

 

이보다 앞서 터키에서 활동하던 리키 타르(톰 하디, Tom Hardy)는 러시아 정보원 이리나(스베틀로나 코드첸코바, Svetlana Khodchenkova)로부터 두더지가 누구인지 제보를 받고 서커스책임자에게 지시를 기다리지만 이 또한 정보가 유출되어 이리나는 러시아로 강제송환 되어버립니다. 리키는 목숨이 위태하다고 여기고 숨어 지내다 서커스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 내 책임자 올리버(사이먼 맥보니, Simon McBurney)에게 직접연락을 취합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제보가 있었음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던 올리버는 서커스내부 파워게임에서 물러난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 Gary Oldman)를 만나 스파이 색출작업을 제안하지만 조지는 자신을 자른 올리버의 제안을 처음엔 거절합니다. 올리버가 조지를 신임하게 된 배경은 부다페스트 사건으로 물러난 서커스 책임자 컨츄럴의 라인이었던 점이 결정적이고 그가 죽기 전 이런 제안이 있었다는 사실로 조지를 설득합니다. 단 조건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직(서커스) 밖에서 은밀하게 조사를 진행하라는 지시를 합니다.

 

올리버와 접촉을 시도했던 리키는 조지를 만나 터키, 이스탄불에서부터 그 동안의 모든 사실을 털어 놓으면서 조건을 제시합니다. 자신의 누명을 벗겨달라는 것과 사랑했던 러시아 정보원 이리나를 꼭 영국으로 송환해 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지는 자신의 심복이자 리키의 상사인 피터 귈럼(베네딕 컴버베치 Benedict Cumberbatch)에게 리키를 만났던 사실은 말하지 않습니다. 올리버는 서커스 현 책임자를 믿지 못하고, 조지는 자신의 심복인 피터 조차 못 믿는 상황입니다. 이중간첩이 정보부내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조직 내에서 내부교란과 반목, 상대방을 의심하게 되면 적은 성공한 작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중간첩의 위험성은 정보유출만 아니라 내부교란 목적도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에서 조지는 Tinker, Tailor, Soldier라는 각각의 코드네임을 가진 3사람의 이중간첩을 색출하기 위해 따로 마련해둔 호텔(안가)에서 자신이 믿는 정보요원 피터와 함께 부다페스트 사건을 토대로 색출작업에 들어갑니다. 말이 정부 내 책임자의 승인 하에 이루어지는 색출작업이지 정보부와 수사협조 없이 은밀하게 진행되는 상황이라 아주 위험한 조사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피터는 조지를 도와주지만 서커스 내부에서는 그 둘이 함께 색출작업을 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피터는 서류의 접근을 몰래 할 수 밖에 없을뿐더러 두더지로 오인되어 체포당 하더라도 침묵을 지키라는 강요를 받아야 할 상황까지 각오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서커스 책임자인 빌(콜린 퍼쓰, Colin Firth)과 참모 퍼씨(토비 존스, Toby Jones), 로이(시아란 힌즈, Ciaran Hinds), 러시아 정보책임자 칼라(얼굴이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최초에 러시아 스파이 이리나로부터 두더지 정보를 접했던 정보요원 리키, 그의 상사이자 조지의 심복 피터, 그리고 헝가리에서 KGB에 체포 당한 후 고문을 이겨내고 살아나 영국으로 귀환한 짐을 축으로 스토리는 마치 셜록 홈즈가 사건을 풀어가듯 이어갑니다. 다시 말하면 이 스토리의 가장 핵심은 두더지 색출작업을 하는 조지와 KGB 내부 러시아의 정보책임자 칼라(Karla)와 그의 수족인 서커스 내 두더지들과의 머리 싸움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당시는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미국과 공산주의로 대표되는 러시아(소련)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던 냉전시대였기 때문에 KGB는 서커스에 쓰레기 같은 정보를 흘려주고 미국을 움직이게 해서, 그것을 빌미로 움직이는 동구권의 영국 스파이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갑니다. 쉽게 말하면 예산 집행하는 정부도 모르는 곳에 안가를 마련하여 자유롭게 KGB의 정보원과 소통하면서 서커스 내부에 있는 두더지들은 낚시 밥을 던져놓고 공식적으로 도둑질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서커스의 내부 통화서류를 들여다 본 조지와 피터는 리키의 통화내역이 사라진 점에 주목하고, 헝가리에서 체포 당하여 죽었다고 생각했던 짐이 빌로부터 침묵을 지키는 조건으로 사립학교에서 선생으로 재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짐과 빌이 옥스퍼드 대학 동창이라는 사실에 주시하고(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빠졌습니다) 조사를 하게 됩니다.

 

조지는 정보부에서 비밀리에 마련한 안가를 찾아내고 잠입하여 그들을 체포하게 됩니다. 그리고 빌로부터 짐을 죽이지 말고 영국으로 송환해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옥스포드 대학 동기로 절친인 그들의 관계가 이해가 되시지요? 결국 빌의 라인인 퍼씨, 로이가 Tinker, Tailor, Soldier라는 코드명을 가진 두더지라는 사실을 밝히고 체포하기에 이릅니다.

 

강직했던 조지가 한때 방황했던 것은 KGB의 책임자 칼라가 빌에게 조지의 아내를 이용하라고 조언했던 점이 그를 흔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조지와 칼라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로 칼라를 영국으로 귀순 시키려는 공작을 했었지만 그는 러시아로 돌아갔습니다 조지의 라이터를 가지고. 이 라이터는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조지의 아내로부터 받은 생일 선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조지가 칼라를 귀순권유할 때 가정의 소중함으로 설득했었죠. 아무튼 조지는 아내를 사랑했고 KGB로부터 지시를 받은 빌은 조지의 아내와 사랑을 나누면서 이혼하게 되었기 때문에 러시아의 작전은 일단 성공했던 것이고 컨츄럴 라인의 우수한 인맥을 잘라내어 버릴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부다페스트 사건의 희생자였던 짐은 대학 때부터 절친인 빌이 칼라의 정보요원일 것이다라는 짐작했습니다만 그들에게는 우정의 힘이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컨츄럴이 짐을 부다페스트로 보낼 때 이 사실을 서커스 책임자인 빌에게만 발설했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부터 풀어나갔다면 이외로 범인은 쉽게 잡힐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실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요원 수칙에 따라 침묵을 지켰고 실체가 보이면서 짐은 우정보다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으로 빌을 사살합니다. 빌은 친구이기 때문에 짐을 절대 죽이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었지만 빌의 정보유출로 많은 영국의 정보원들이 고문, 사살 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사회내부에서도 인간관계에 해당되는 이런 종류의 인간은 많습니다. 이쪽에서 한 이야기 저쪽에서 하는 부류 즉, 뒷담화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인간은 수도 없이 봤을 겁니다. 뒷담화는 인간관계의 절연, 배신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도덕적인 사회를 망가트리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이라는 건 생각해 보고 뱉어내야지 그 말 한마디 잘못에 인격을 매도 당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이 영화는 우정, 배신, 충성(Royalty), 조직과의 인간관계, 개인과의 인간관계 등 많은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조직을 위해서 희생 해야지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희생당하는 조직이 있다면 분명 잘못된 집단입니다.

 

인간관계 또한, 자신을 버릴 때 지킬 수 있는 것이지 살려고 하면 비굴해집니다. 도덕적 가치가 지켜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