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에 조지 6세로 격동의 혼란기 영국을 통치하던 알버트 왕자의 콤플렉스를 진지하고 재미있게 묘사한 이 영화는 이미 오스카 후보에 올라가 있는 수작이다.
알버트 왕자로 나오는 콜린 퍼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을 연기한 제프리 러시의 절제되고 감동적인 연기는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최고의 배우라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뿐만 아니라 알버트 왕자의 부인 후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로 분한 헬레나 본햄 카터, 라이오넬 부인으로 나온 제니퍼 엘의 따뜻하고 헌신적인 연기도 훌륭했다.
인간은 서로 얽히고 설킨 관계로 살아간다. 외모도 중요하지만 대화를 어떻게 주도해 가느냐, 대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상대를 평가하고 관계를 설정하기 때문에 대화라는 것은 인간관계에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알버트 왕자의 말 더듬 증세는 왕자로서의 권위, 더 나아가서는 영국을 통치할 자격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로서는 고통이고 고민이 아닐수 없을것이다. 그의 형이며 왕위 계승자 서열 1위인 웨드워드 3세는 왕위보다 사랑이 우선인 자유로운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핸디캡을 아는 알버트로서는 적극적으로 에드워드 왕자의 자유분방한 사고를 고쳐주기 위해 조언도 해주고 충고도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억압적인 행동이나 언행이 나오면 어릴 때 받았던 상처와 고통은 극복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는 버릇이 생겨 버린다. 바로 그것을 끄집어 내어 치료해주는 사람이 라이오넬이다.
라이오넬은 호주에서 건너온 이민자. 언어 치료사 자격증도 없고 박사도 아니다. 배우로서의 성공을 위해 가끔 배우 오디션에 기웃거리지만 인간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 주는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치료사이기도 하다. 세계 1차 대전 후에 정신적으로 상처 받았던 수 많은 병사들을 상담하며 그들의 고통을 들어주고 함께 아파하며 치료를 해주었던 경험을 가졌다는것이다. 사실 대화라는것 특히, 상처 받은자와 대화는 그의 아픔을 들어주여야 한다는것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있고 계급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영역에서 치료 받아야 할 인간은 단지 환자일 뿐이리라는 것이다. 알버트 왕자도 마찬가지.
아마도 말 더듬증 때문에 수십번의 치료를 받았을법한 알버트가 라이오넬을 만난 것은 순전히 처인 엘리자베스 1세 왕비의 눈물겨운 노력때문이다. 기상천외한 치료도 받아보고 이미 포기한 상태인 자신의 남편을 위해서, 말 더듬증으로 자신감 상실에 고통해 하는 남편을 위한 그녀의 노력이 없었다면 현재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없을 듯. 그녀가 현재의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 아닌가.
어릴 때 상처는 평생 상처로 남아 치유될 수 없는 고통으로 남는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지만 자아가 이루어지지 않은 어린이에게는 폭력적인 언사나 행동보다는 감성적인 인성교육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알버트 왕자도 마찬가지. 겨우 말을 뱉어 낼 때 유모로부터 받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 아버지 조지 5세로부터 받은 억압의 상처가 평생을 따라 다닌다는 것이다. 그 상처를 자연스럽게 끄집어 내 고통의 상처를 지워주기 시작하는 라이오넬이 없었다면 현재의 영국은?
당시 심슨부인과의 사랑에 빠져 허우적되는 에드워드 왕자를 보면서 결국은 알버트가 왕위계승자가 될 것을 직감하고 충고를 해줌에도 왕위에 거역하는 반란행위라고 야단을 치고 라이오넬과 짧게나마 헤어져야 했던 우여곡절도 있었다. 과연 알버트는 형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라이오넬은 현실을 얘기했지만 알버트는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욕망을 숨겨야 했고 국민에게 연설을 하지 못하는 핸디켑을 변명삼아 스스로 숨고 싶었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 한 것 아닌가?
결국 심슨부인과의 사랑을 선택하고 왕위를 포기한 에드워드 뒤를 이어 왕위를 승계한 알버트 왕자는 독일틱한 이름을 버리고 조지 6세로 영국제국을 이끌어 가게 된다. 히틀러가 지배하던 독일과 맞서 세계2차 대전이 벌어지는 격동기의 영국을 위해서. 그의 명 연설은 라이오넬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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