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못 잊는 남자와 친구의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와 외로움에 남자가 필요한 여자,
영화 ‘접속’이 만들어진 해 1997년은 우리가 경험했던 현실의 만남이 또 다른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가상의 공간에서 사랑, 그리움 등 어느 공간이라도 애달파하는 사랑은 마찬가지란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이 둘은 현실의 공간, 극장, 레코드가게, 지하철 등에서 스쳐 지나가지만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지나칩니다.
옛 애인으로부터 언더그라운드 벨벳의 LP앨범을 받은 날, 누군가로부터 ‘Pale blue eyes’ 신청을 받고 혹시 그녀가 아닐까 하는 설렘에 둘은 메시지로 서로를 알아갑니다. 애초에 수현이 사실대로 이야기했거나 동현을 배려하지 않았다면 만남은 지속되지 않았겠죠. 하지만 둘은 사랑의 상처 때문에 조언자가 필요했고 시간을 이어갑니다.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와 과거의 상처 때문에 외로워 남자가 필요한 여자가 만났을 경우에도 사랑은 큰 상처를 만들어 내고 이뤄지기도 힘듭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상우와 은수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만난 뒤에 허무하다면 한번쯤 생각해 봐야 될 사랑, 사랑은 외로워서 만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니까 괜찮아 라는 일방적인 사랑은 만용이거나 가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랑은 배려보다는 강요, 집착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관계로 발전하죠. 사랑은 가진 자가 잠시 뺏을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가질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마음까지...
“사랑이 변하는 거니?”
사랑에 아파서 엉엉 울고, 보고 싶어 그녀를 찾아가 맹목적으로 집착도 합니다. 배신감에 자동차 키로 은수의 차에 Scratch 낸 것보다 상우의 사랑은 더 깊은 아픔으로 남았을 겁니다. 욕구와 욕망을 다 가지려는 은수에게 상우의 사랑은 무능력하고 바보같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상우에게 할머니는 여자와 버스는 기다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남편의 바람기로 고생했던 우리 엄마적 사랑이 그랬듯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랑도 변하리라 생각하겠지만 사랑은 항상 그 자리입니다. 사랑은 설레고 아프니까요. 아프니까 사랑이고 설레니까 사랑이겠죠. 사랑이 흘러가는 강물이라는 걸 알면서 기다리는 사랑은 참 힘듭니다.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하면 사랑에 충실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상우는 사랑에 충실 하려고 하지만 은수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혼이라는 깊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여자, 그래서 남자를 믿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고 신중하게 처신하려고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각기 처한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대하는 사랑도 달라질 수 있다고 순간 착각하겠지만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 감히 그 사랑에게 누만 끼친다는 겁니다.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 사랑을 어떻게 사랑이라고 정의를 할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동현은 사랑을 쟁취하라고 수현에게 조언하고 수현은 용기를 내어 친구의 남자에게 달려가지만 친구로부터 뺏지 못합니다. 바라만 보는 사랑도 있다고 착각하는 여자가 친구의 남자를 뺏으려 했다는 건 사랑을 받고 싶었던 욕심이기 때문입니다. 동현과 수현은 서로 조언을 해주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자신의 사랑에 충실하지 못합니다.
헤어진 여자를 못 잊는 남자와 친구의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옛 사랑을 못 잊으면서 상대방에게는 잊으라고 합니다.
외로워 남자가 필요한 여자가 상처를 주고 다시 만나자고 합니다.
봄 입니다.
엄마적 사람들은 연분홍 치마 곱게 입고 봄맞이 벚꽃놀이를 갔었겠죠. 혹시 우리는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사랑보다 욕정을 논하는 건 아닌지요? 사랑은 배려해야지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집착하고 의심하면서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이 봄 모두에게 가슴이 아파 죽을 만큼 보고 싶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아름다운 사랑이었으면 합니다. 당신이 지금 하는 사랑이 욕구를 충족하고 싶은 사랑이 아닌지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은 설렘으로 행복하지만 또 그만큼 아픈 게 사랑입니다.
사랑이 생각나시면 영화 ‘봄날은 간다’ 와 ‘접속’을 보시기 바랍니다. 두 영화 속 내내 흐르는 음악도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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