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다고 당신을 사랑해줘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때로 사랑은 일방적이기도 하고, 서로의 뜨거웠던 사랑이 식어버려 또 다른 사랑 때문에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느끼는 사랑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영화 '드라이브' 처럼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가족을 지켜주는 바보같은 사랑도 있을 것이고, 그녀 혹은 그의 행복을 위해 무미건조하게 사랑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영화 '오만과 편견' 같이 질투로 인해 인생이 피폐해지고 불행해지는 사랑도 있겠지만 남이 만들어 놓은 가정을 파멸 시키는 위험한 사랑은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뜨거운 불륜이 그렇듯, 책임져야 할 위치에서의 사랑은 매우 위험합니다. 가정이란 울타리를 침범했을 때 가족에게 가해지는 고통은 그들의 삶을 마칠 때까지 영원할지 모르니까요. 비밀이 영원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영화 ‘The Descendants’는 요트를 즐기던 아내가 사고로 죽음을 앞둔 식물환자가 되면서 아내의 비밀이 드러나게 되고, 고통을 희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가족의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웃고 싶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건 왜 일까요?
며칠 전, 이영화로 코미디 전문 감독 알렉산더 페인이 Golden Gloves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그리고 음악상을 받은 코미디 장르 영화입니다. 페인감독이 추구하는 코미디는 웃음과 슬픔을 함께 동반합니다. 그가 제작에 참여했던 '킹 오브 캘리포니아'라는 영화를 보더라도 웃음뒤에 남는 쓸쓸함, 슬픔은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무엇보다 그는 가족의 소중함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감독은 분명합니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 또한 아버지와 자식, 그리고 다음세대까지도 서로 교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내 엘리자베쓰(Patricia Hastie)가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아내 대신 가사를 돌보던 변호사 맷(Matt, George Clooney)은 작은 딸 스카티(Amara Miller)가 제출한 홈워크 문제로 담임선생과 상담을 하게 되고, 또 다른 피해자 학생 집으로 가서 사과를 하면서 아내의 빈자리를 새삼 깨닫습니다. 여느 가정의 남편처럼 이 남자도 사업에 몰두한 나머지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내 또한 죽음을 앞둔 상황이라 결국은 작은 아이와 자신을 위해 큰딸 알렉스 (Shailene Woodley)를 기숙사에서 데려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이유 없이 엄마를 증오하는 큰 딸의 말투에 무슨 일인지 캐묻게 되고, 아내가 외간남자와 바람 핀 사실을 듣게 됩니다. 물론 목격한 큰 아이도 충격을 받았겠지만 엄마의 빗나간 사랑을 위해 자신을 기숙사에 집어 넣었다고 믿고 있고, 자신만을 사랑했을거라고 믿었던 아내의 위선적인 행동에 멧도 충격을 받습니다.
딸에게 아내의 불륜 사실을 듣자마자 같은 동네에 사는 아내 친구 집으로 땀을 뚝뚝 흘리면서 단숨에 달려간 멧은 남자의 신상을 물어보지만 친구는 끝난 일이라고 말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친구로부터 아내가 이혼까지 결심했었다는 사실을 들으면서 더 큰 충격에 빠지게 되고 멧은 아내가 그 남자를 사랑했었냐고 애절하게 물어봅니다. 그 둘의 관계가 정말 사랑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간절함이랄까요?
“Does she love him? Does she, does she…… "
닥터로부터 아내의 생명보조장치를 제거해야 된다는 설명을 듣고 아내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여 간단한 파티와 함께 병실에 있는 아내에게 세이 굿바이를 당부합니다. 또 처갓집 식구들에게도 아내가 위독하다는 얘길 해주지만 장인으로부터는 남편구실을 제대로 못했다는 구박만 받습니다. 그렇다고 아내의 부정한 행동에 대해서는 얘기해주진 않습니다. 참다못해 알렉스는 아빠가 더 고통을 받으니 그만 하라고 오히려 외할아버지를 꾸짖습니다.
사실 멧의 조상이 하와이를 지배할 때부터 개척하고 살아왔던 집안이기 때문에 많은 사촌들과 친척들이 살고 있는 부유한 집안입니다. 그래서 제목도 'The Descendants, 후예, 후손' 이겠지만, 아무튼 하와이 다른 섬 카파아로 휴가를 떠난 부동산 브로커인 불륜남에게 메시지를 남겨도 연락오지 않자 딸들과 함께 직접 카와이 섬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아내와 소중한 추억을 간직했던 아름다운 계곡으로 데려가 보여주기도 합니다.
불륜남을 찾기 위해 호텔마다 책업하지만 찾지를 못 합니다만 어느 날, 해변에서 조깅하다 우연히 그 남자가 머무는 코테지(빌라,콘도 같은)를 알게 됩니다. 결국 우연을 가장해서 그 남자의 아내와 대화를 시도하고 저녁에 큰딸 알렉스와 그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아빠는 소심하지만 딸은 적극적으로 해결하라고 계속적으로 조언(충동질?)합니다.
그 남자에게 물어봅니다. 아내를 사랑했었느냐? Do you love her?
그는 섹스를 위해 만났을뿐이고, 당신의 집에서 한번만 잤을 뿐 제발 자신의 아내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아내는 이혼까지 결심하고, 목숨을 바쳐 사랑을 했던 남자인데 이 남자는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만났다는 말에, 정말 왜 이런 아내와 살아왔는지 자신이 한심할 뿐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감이 없어진 지금, 아내친구에게도, 이 남자에게도 진정으로 사랑했었느냐고 끝까지 물어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멧은 그 남자에게 마지막이라도 병원에 가서 세이굿바이 하라고 부탁하고, 집을 나서면서 그의 아내에게 굿바이 키스 대신 딥키스로 소심하게 복수합니다. 물론 자신의 아내와 섹스를 했다고 난리치고 저주해봤자 무슨 소용 있을까요? 이미 지나간 일인데. 하지만 비밀을 목구멍 깊숙이 간직한다는 건 인간으로 참 힘든 일이지만 멧은 자신이 복수하고자 했던 그 남자의 아내나 처갓집 식구에게 끝까지 아내의 명예와 둘째 딸 스카티를 위해 비밀을 지킵니다.
가족이 아내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던 날, 불륜남의 아내가 꽃을 들고 병실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남편을 용서해 달라고 울먹이면서 멧의 아내에게 한마디 해주어도 되냐고 묻습니다.
“용서해줄게요 당신을 미워하지만 용서하겠습니다.”
용서해 달라고 하면서 용서해줘야 되는 상황에 웃음과 슬픔이 함께 합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멧에게 남편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에 용기를 내서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웃고 싶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만 이렇듯 섹스의 즐거움을 위해 벌이는 위험한 사랑, 불륜은 당사자 가족들에게 평생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녀 또한, 자신의 집에 찾아 온 멧과 딸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남편을 닦달해서 알았겠지만 멧의 아내를 결코 용서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남편 혹은 아내만의 사랑만을 믿고 살아왔던 사람들이 받을 충격과 고통은 헤아릴 수 없겠죠. 한 순간 즐거웠던 위험한 사랑이 또 다른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아 사랑이란 것이 참...
엔딩신에서,
아버지와 두 딸이 쇼파에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 씬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세대차를 뛰어넘는 소통, 가족의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영화입니다. 시간되시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건
하나 하나의 동선 즉, 시나리오를 정말 잘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멧이 셔츠와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단숨에 친구 집으로 달려가던 장면이나, 아내친구집에서 돌아오는 도중 다리난간에 기대어 흐느끼는 장면이라던지, 해변에서 그 남자를 발견하고 찌질이처럼 따라가는 장면, 파티에 초대했던 친구들을 떠나 보내고 난 후 앞 마당에서 처절하게 무릎 끓는 장면은 아내에게 실망하고 절망했을 남편을 잘 표현해주는 영상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죽음을 받아 들이기엔 어린 10살의 둘째 딸 스카티에게 먼저 이해를 시켜주고 설명할때는 짠 했습니다. 멧은 처음부터 끝까지 둘째 딸에게 엄마의 불륜 사실을 눈치 채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줍니다. 이런 점은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조지 클루니 답게 조상 대대로 내려 온 토지에 위락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고민하는 모습, 그리고 사촌들에게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은 그 다운 모습입니다. 클루니는 민주당적으로 환경, 약자에 대한 배려에 남다른 행동을 보이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영화의 대부분은 웃음을 전달하지만 쓸쓸함 혹은 슬픔이란 여운을 함께 전달해 줍니다. 특히 Ka Makani 의 구슬픈 노래가 나오면서 웃지말라고 슬픈 감정이입을 시켜주고, 슬픈 장면에서는 경쾌한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골든 글로브에서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조지 클루니는 주로 무거운 배역을 주로 맡아 왔었는데, ‘Burn After Reading’ 이후 두번째로 소심한 남자로 나옵니다 내 기억으로는.
또 하나 영화 도입부 부터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 애절하게 흘러나오는 하와이언 뮤직도 인상 깊었습니다. 올해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 음악상, 작품상 받을만한 영화입니다.
언제 시간되면 조지 클루니와 함께 '디 아이즈 어브 마치'에 출연한 라이언 고슬링에 대해서, 혹은 애절한 사랑을 다룬 영화에 대해 글을 남길까 합니다. 문제는 트윗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 놈의 트윗 때문에 글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150자 이내의 단문만 생각이 날뿐 긴 문장이 생각나지를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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