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을 보던 지인이 “화려한 영상으로 따지면 김기덕의 영화는 ‘광해’의 작품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라는 말을 하길래
투자금액을 떠나 좋은 각본과 배우의 연기력 그리고 감독의 철학이 받쳐준다면 훌륭한 작품은 나올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영화가 아무리 촬영, 편집 등 테크닉이 화려해도 투자액과 작품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면서 올해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흑백영화 ‘The Artist’의 예를 들어주었습니다.
현정부 들어서 사회고발을 다룬 작품성 있는 영화가 배제되는 이유는 수구 혹은 보수성향의 심사위원들의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죠. 물론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도가니’, ‘부러진 화살’, ‘피에타’ 등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가 이들 세력에겐 상당히 불편한 영화라는 것이겠죠.
과거 이창동감독의 영화 ‘시’ 를 0점 처리해서 파문을 일으켰던 조희문이 대종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건 답안지를 조작한 경험이 있는 출제위원을 아무 징계도 없이 다시 임명한 경우와 같습니다. 즉 범죄인이 대종상 심사를 했기 때문에 공정성이 결여 된 겁니다.
시상식에서 원로배우 신영균이 1회 대종상 남우주연상 수상경험을 회고하면서 베니스영화제의 쾌거와 천만 관객의 시대로 접어 들었다는 얘길할 땐 주류의 영화인들이 비주류 영화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 주었으며, 영화계의 개혁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신영균이 배우로서 족적을 남긴 것은 사실이지만 비주류의 아이콘 김기덕이 차려 논 밥상에 숟가락 올려놓는 이런 뻔뻔한 발언은 심사기준도 개판인 상황에서 진심 역겨워 보이더라구요. 불편한 진실을 알면서 침묵하고, 능력이 없음에도 원로라는 이유로 무조건 존경과 대접을 받아야 된다면 한국영화계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나리오작가가 돈이 없어 굶어 죽고, 힘 없는 배우가 기득권의 술자리로 불려나가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현실에서 근본적으로 약자를 위한 처방 없이 행사 때 얼굴이나 내미는 원로들의 이런 처신은 거대한 성처럼 버티는 괴물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개혁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어나야 되고, 제도권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 간다면 고쳐야 함에도 지난 참여정부시절 한국영화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시위하던 영화인들은 시상식에서나 봐야 하더군요. 정말 그 얼굴 하나하나가 가소롭기 그지 없었습니다.
물론 중대한 국가의 유물이 전시된 중앙박물관에 세계각국의 정상부인들을 초대해 디너파티(링크: http://here-i-am.tistory.com/162) 를 주최하는 현정부의 그릇된 시각이 현재 수구세력의 문화 가치관을 반증하는 것이지만 비도덕적인 정권의 탄생을 지지했던 자들이 모호한 심시기준으로 선정된 시상식에 나서는 장면은 아찔해 보였습니다.
첫 번째 대형 프로젝트의 성공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작품상 ‘광해’ 수상자의 언급은 대형기획사 및 배급사의 시장이 더 견고해지고 비주류의 입지는 더 좁아지겠죠. 물론 대종상영화제에 대형배급사의 영향을 끼쳤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영화인 스스로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50명의 일반심사위원들이 아무리 심사를 잘 하고, 최종결과의 보안유지를 잘 해도 최종선택은 14명의 심사위원이 하는 것이죠. 결과를 보면 투명하게 개선한다면서 대중을 기만한 행위였습니다. 이들이 세계영화계의 흐름이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시상식을 지켜보면서 부끄러웠고 김기덕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시대의 인물이 영화계를 주도하는 한 개혁은 성공하지 못 할 겁니다. 지나가다님의 글(http://pann.nate.com/talk/317070122) 대부분 동감하며 답글 올립니다. 항상 그 마음을 놓지 마시길 바라면서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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