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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New York

쉐임 Shame, 노토리어스 베티 페이지, 신과의 대화

 

 

도저히 헤어나지 못할 무력감과 절망에 빠졌을 때 신은 당신에게 길을 제시해 주지 않습니다. 신이 존재를 나타낸다면 악한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란 결코 없겠죠.

 

꽤 오래 전, 맨하튼에서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이른 아침, 조지 와싱톤 브릿지를 건너 Deegan Express Way 남쪽 방향 양키스 스태디움 근처를 지나치다 앞 차량들의 충돌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구사일생으로 빠져 나왔던 적 있었습니다. 차량이 충돌을 하면 먼지 같은 연기와 파편들이 튀는 것도 처음 목격했습니다만 차를 멈추고 뒤를 봤을 때 차량이 빠져나올 공간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것도 기적이라면 기적이겠죠 신의 존재로 언급한다면.

 

그래서 신을 부정하면서도 신은 있다고 믿습니다 아직도. 비록 기복 신앙인이지만

 

영화 ‘신과의 대화, Conversations with God’은 잘 나가던 라디오 DJ가 교통사고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인생의 나락에 처하여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다 신의 기적(혹은 신의 존재감)으로 자신감을 되찾는다는 순전히 기독교적인 영화입니다. 반 기독적인 성향인 분들은 안 좋아하리라 예상합니다만 자신감을 상실한 시대에 사는 인간이 사회의 맨 밑바닥에 도달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라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상처 받아보지 않았던 자가 사랑에 대해 논할 수 없듯이.

 

미국은 1620년 종교개혁을 부르짖으며 도덕, 주일예배엄수, 금욕 등 세가지를 철저히 지키고자 했던 영국의 청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여 건설한 국가이기 때문에 현재도 도덕적 가치를 우선시하고 사회 정치 전반에 걸쳐 버텨주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혹자들은 미국이 문란한 사회라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이란 국가는 51개의 나라가 연방한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언론이 주로 표현하는 미국의 어디이런 표현 보다는 어디 주, 어느 시티라고 표현을 해줘야 정확한 정보가 전달합니다만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유교사상과 비교를 하지만 고려시대의 무절제한 풍습의 영향으로 태어난 사상이기 때문에 조선시대의 계급사회와 인권을 중시하는 청교도와 비교하기는 그렇죠. 물론 인디언의 땅을 침략하여 땅을 뺏고 학살한 원죄와 흑인을 노예로 부린 역사도 있지만 당시 자국보다 해외로 눈을 돌려 더 넓은 땅을 개척한다는 유럽제국의 명분으로 얻은 대륙이기도 합니다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기 때문에 천혜의 자원을 가진 비옥한 땅에 역사를 만들지 못한 인디언도 책임이 있습니다만 영화 ‘The mission’ 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당시 식민지 제국주의 시대의 국가와 종교를 놓고 보면 양심과 싸워야 했던 종교지도자의 갈등과 고민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뉴욕, 맨하튼 42가는 미국 각지로 향하는 버스 스테이션을 축으로 뉴욕의 섹스산업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알 수 없는 불결한 냄새, 바로 씻어야 안심할 수 있는 더러운 칸막이 사이로 보이는 벌거벗은 여자들의 흐느낌을 카운터에서 코인을 바꾸어 구멍 혹은 유리칸막이 사이로 구경하는 섹스샵이 타임스퀘어에서 9번가에 걸쳐 많았고 해외에서 오는 남자들이 뉴욕의 저녁 문화로 순례하는 곳이었습니다. 섹스샵을 끼고 많은 패들러들이 휘황찬란한 브랜드 모자, 셔츠, 커스톰 쥬얼리 등 복제품을 팔았던 꽤 유명했던 곳이고 한국계 장사꾼들도 꽤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불탄 빌딩창문에 합판으로 덧대어 논 빌딩들과 노숙자들의 모습은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풍경이지만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의 발달과 뉴욕시 검찰총장 출신인 뉴욕시장 루디(루돌프 줄리아니)의 마피아 소탕작전과 겹쳐 쇠락을 거듭하다 2000년대 초반 컴퓨터 공간으로 사라져 버리고 현재 42가는 유명 백화점과 뮤지컬 극장으로 채워져 고급 스트립 바를 제외하고는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영화 ‘The notorious Bettie Page’ 에서도 당시 1940, 50년대의 42가를 보여줍니다. 당시 성인잡지 핀업 걸로 유명했던 남부 테네시출신 패이지는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입학할 정도로 꽤 똑똑한 여자였지만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강간을 당하고 이후 첫 번째 결혼의 실패와 여러 남자들에게 윤간(gang bang)을 당하기도 합니다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연기자의 꿈을 키우기 위해 뉴욕으로 이주하여 연기자 공부를 하게 되고 어프 브로드웨이 몇 작품에 출연하기도 합니다.

 

한국전이 발발하던 1950년 사진작가 제리 팁을 만나면서 모델활동을 시작하고 어빙 클라우를 만나면서 패이지는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사실 1950년대는 헤어 누드도 금기 시 되던 사회라 본디지는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SM적인 본디지 모델 촬영을 하게 됩니다.

 

누드를 자연스럽게 생각했고 사람을 너무 믿었던 패이지는 전문모델이 해야 될 숙명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순수한 여자였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고 이용만했습니다. 그녀의 본디지 영화, 사진 등이 청소년에 유해하다는 당시의 사회풍습으로 청문회에도 불려 나가기도 하고 그녀가 출연했던 본디지 영화는 상영금지를 당합니다.

 

마이애미 플로리다에서 뉴욕의 유명 사진작가 버니 이거를 만나 플레이보이지 플레이메이트로 선정되기도 하지만 교활한 바람둥이 휴즈의 만남을 거절합니다. 그만큼 패이지는 자신의 가치관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던 여자이자 모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마이애미 해변가를 거닐다가 본 교회의 십자가를 보고 선교에 충실하게 되면서 모델을 그만 둡니다.

 

때로 종교의 부정부패는 사회기반의 도덕적 가치를 허물기 때문에 원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종교가 신성함을 지킬 때 나약한자와 좌절한 자들에게는 위안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내가 신을 부정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물론 전제조건이 붙지만 종교에서는 그것 또한 정신적으로 나약해서라고 말합니다.  

 

맨하튼 42가에서 사라진 섹스산업은 인터넷 공간으로 숨어들어 그 영향으로 많은 섹스중독자를 만듭니다.

 

영화 ‘Shame’은 문명의 발달, 인터넷의 발전의 영향으로 늘어난 섹스중독자(Sexual addiction)를 이야기해 줍니다.

 

보통 정신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브레인 중 전두엽부분이 훼손되면 충동조절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거물 심리학자 프로이드와 융의 충돌을 다룬 영화 ‘A Dangerous method’에서 칼 융 역으로 출연한 마이클 패스밴더와 영화 ‘Drive’에 출연했고 요즘 잘 나가는 미묘한 매력의 여배우 캐리 멀리건 때문에 보게 되었지만 제한상영 R17보다 더한 파격적인 정사신과 근친을 배경으로 한 영화였습니다. 딱히 근친에 대해 자세히 설명은 하지 않습니다만 남매의 대사에서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We are not bad people. We are just come from a bad place. shame.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죄를 짓는 것도 아니다. 나쁜 사람도 아니지만 부끄럽다.

 

어릴 때부터의 상처가 주는 고통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겠죠. 비록 사회에서 성공을 하고 부를 가졌지만 그 상처는 이성을 사귀지 못할 정도로 고통을 주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여 섹스중독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상적인 사랑보다 변태적인 사랑을 취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면 뭔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겁니다.

 

아무튼 위에 언급된 영화가 모두다 인간의 상처를 주제로 다룹니다.

 

실패와 좌절감은 사회의 밑바닥까지 경험하게 되고, 남자에게 상처를 받고 세상에 속고, 어릴 적의 상처로 고통과 갈등을 겪는 현대인의 우울한 자화상을 보여주지만 결국 이겨내는 것도 인간이란 이야기입니다. 분명 신을 믿는 자에게는 그가 존재하기 때문에 의지하겠지만 인간 스스로 해결해야 될 문제라는 것이겠죠. 신을 의지할 수는 있지만 인간 스스로 해결해야 될 의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좀 무거운 주제를 가진 영화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사회 정치전반의 패륜적인 모습, 도덕적 가치가 실종된 사회와 정치, 맹목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지지하는 비틀어진 사회에 한번쯤 일침을 가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